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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성 생체분자 펩타이드로 자기 나침반 개발(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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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희승 교수 소속 한국과학기술원
제목 비자성 생체분자 펩타이드로 자기 나침반 개발(18.03)

본문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를 살펴본 의사가 수술 일정을 잡는 대신 주사를 놓는다. 주사액에 들어 있던 수십, 수백 개의 나노 분자 기계가 환자의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며 몸속에 침투한 병원균을 찾아 파괴한다.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미래 병원의 모습이다.

화합물로 분자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분자기계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아주 작은 영역에 도달할 수 있어 의료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가장 기대되는 미래 연구 개발 소재 중 하나다. 이희승 교수는 유기화합물 ‘폴덱쳐’를 이용해 생체친화적 물질인 펩타이드 자기 나침반을 개발하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자기장을 동력으로 삼는 혁신적인 분자기계 개발 방법론을 제시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내가 만들어낼 수 없다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What I cannot create, I do not understand)”라는 명언에 영감을 받아 오랜 연구 끝에 인공 화합물을 직접 만들어낸 이희승 교수. 과학자로서의 도전을 즐기되, 최상의 연구 결과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상 소식을 접해서, 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마냥 기뻤습니다. 이런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스러운 한편 어깨가 무겁습니다. 연구실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노고 덕분입니다. 항상 도움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주위 선배 교수님들과 동료, 후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자기력으로 움직임을 제어하는 유기화합물 ‘폴덱쳐(foldecture)’를 개발하는 등 독창적인 합성화학 연구 분야를 개척하셨습니다. 관련 연구를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지요?

처음에는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나 구성요소는 왜 단순한 구형이 아닌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후 ‘어떻게 하면 천연 단백질(효소)과 견줄만한 인공물질을 쉽게 합성할 수 있을까?’, ‘자연계의 자기조립 현상을 실험실 플라스크에서 모방해 인공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 제기까지 발전시켰고요. 그런 다음 ‘폴덱쳐’라고 이름 지은 ‘인공 펩타이드를 이용한 3차원 자기조립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금속물질로만 만들 수 있었던 자기 나침반을 순수 유기화합물을 이용해 최초로 개발하셨는데요. 주요 연구성과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물질 대부분은 자기장에 놓았을 때 밀려나는 반자기성을 띱니다. 지금까지 반자기성 물질은 금속물질에 비해 민감성이 낮아 응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단순 비자기성 물질로 취급됐습니다. 하지만 반자기성 유기분자도 일정한 규칙으로 정렬된 초분자구조체를 만들 수만 있다면 자기장에 반응하는 물질로 합성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습니다. 실험 결과 순수 유기화합물 펩타이드를 일정한 규칙으로 정렬한 초분자구조체 ‘폴덱쳐’가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정렬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막대 모양의 폴덱쳐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물론 물속에서 실시간으로 회전 운동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했습니다.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자기 나침반 등 분자 기계 개발의 새로운 설계원리는 향후 응용 연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더불어 외부 자극으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분자 개발이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말씀해 주세요.

 

2016년 노벨화학상은 분자 기계를 만든 과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기초연구의 결과물이 실제 응용 가능한 수준, 즉 기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시간으로 회전운동 하는 초분자 구조체를 펩타이드로 만들 수 있다는 증명을 통해 응용 연구에 한 발 더 다가갔다고 자평합니다. 또한, 자기장은 다른 외부자극과 독립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나노/마이크로 분자 기계 개발 플랫폼으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ICCEOCA-11 국제학회 조직위원장, 대한화학회 학술위원회 실무이사 등 다양한 학회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최근 주목할 만한 유기화학 분야 이슈는 무엇인가요?

인공지능 기반 화합물 디자인과 자동화 합성을 위한 융합연구가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복잡한 구조 탓에 합성할 수 없었던 생명체 내 기능성 키이랄 구조체들을 인공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연구가 기초과학은 물론 응용연구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연구자로서, 스승으로서 평소 연구실을 운영하는 기본방침이나 철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더불어 학생들 또는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내용도 소개해주세요.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잘하는 연구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준비하라고 강조합니다. 올바른 논리 전개와 좋은 질문을 이끌어내기 위해 철저한 기본기를 갖추고, 머리(아이디어)에서 생각한 것을 손(실험 능력)이 실현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한다면 훌륭한 자질을 갖춘 연구자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다른 연구자들과 비교했을 때 우위를 점하기 위해 힘쓰기보다는 자기 연구 분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도 필요합니다.

연구자로서 귀감으로 삼으시는 인물이나 스승이 계신가요?

 

저를 화학자의 길로 이끌어주시고 진정한 과학자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실천해 보여주신 KAIST 화학과 강성호 명예 교수님입니다. 저는 아직도 선생님의 유기화학을 향한 열정에 한참 미치지 못함을 늘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교수의 “내가 만들어낼 수 없다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What I cannot create, I do not understand.)”라는 명언도 과학자로서 영감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 이루고 싶은 연구성과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폴덱쳐의 기초를 확립했다면, 궁극적으로는 연구 초기에 가졌던 “플라스크에서 인공 펩타이드를 이용해서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효소를 합성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긍정적인 해답을 얻고자 합니다. 이 도전을 기꺼이 즐기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 높은 연구성과를 이루기를 희망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린 시절 과학자를 꿈꾸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더불어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린 시절 과학자를 꿈꾼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저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었기 때문에 자연과학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선행연구나 각종 정보의 홍수로 인해 여유롭게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 보여 안타깝습니다. 저는 어릴 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난 후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한가롭게 노닥거려도 부모님이 긍정적으로 봐 주신 덕분에 과학 연구의 원동력을 키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학생들에게는 호기심과 생각의 힘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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